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도서관을 갔다가 우연히 책 한 권을 빌리게 되었는데 바로 심은영작가의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입니다. 심은영작가는 수년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삶이 녹아져 있는 심은영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제목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었습니다. 보니까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역사적 실존 인물인 악녀들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었는데요. 우리가 몰랐던 악녀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에 대해..(Feat. 심은영작가)
인생은 어쩌면 나에게만 닥치는 것 같은 그 불행을 견디면서
그저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 아닐까
이번에 펴낸 심은영 작가의 에세이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대표적인 ‘악녀(惡女)’ 10명을 소개하면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세계적인 ‘10명의 악녀’를 선정하고 그 악녀들의 삶의 태도에서 배울 점들을 정리해 ‘악녀십계명(惡女十誡命)’을 선정했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잘못된 삶의 태도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것이라 판단하고 ‘악녀십계명’을 실천하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저자는 이렇게 그 나름대로의 처방전을 얘기한다.
“인간이 악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악한 인간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악녀라 불리는 그녀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을 그 삶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들은 존경받을 만하다.
그녀들처럼 위대한 업적을 세우거나 역사에 흔적을 남길 수는 없어도 그저 우울증이라는 병과의 싸움에서 패해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삶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위대한 업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거나 대단한 성공으로 나라를 빛내는 것만이 꼭 훌륭한 삶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고민에 불과해도 나에겐 인생을 뒤흔들 고난일 수도 있다.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일에 매달려 슬퍼하는 것처럼 보여도 나에겐 몸 안의 수분을 모두 쏟아낼 아픔일 수도 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상처에 불과해도 나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
인생은 어쩌면 나에게만 닥치는 것 같은 그 불행을 견디면서 그저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 아닐까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새 삶을 위해 ‘악녀십계명(惡女十誡命)’을 실천해 보자!
1.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마라 - 도로시 파커
2. 뒤늦은 시작이란 없다 -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3. 망설이지 마라 -오노 요코
4.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버려라 - 조르주 상드
5.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마라 - 측천무후
6. 융통성을 가져라 - 메리 1세
7.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엘리자베스 1세
8. 증오를 감추어라 - 카트린 드 메디시스
9. 복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준비하라 - 예카테리나 2세
10. 가치 있는 죽음을 준비하라 - 클레오파트라 7세
“내가 쓴 글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 모두가 명랑 쾌활한 악녀가 되었으면 하는 기도로 글을 마친다.”
- 에필로그 중에서(출처: YES24)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에필로그/ 책 목록
책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요즘에 나의 고민과 비슷한 느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그날 바로 다 읽었는데요.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착한 사람 증후군을 가졌던 게 아닌 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 역시 직장 내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착한 사람 증후군을 가졌던 사람이라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말 못 하고 있다가 밤에 잠들 때 생각이 나서 그녀를 괴롭게 했습니다. 이렇게 할걸... 이렇게 같이 말해줄걸... 나도 좀 이기적이게 행동할걸.. 하지만 심성이 그런지라 바뀌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녀도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처럼 다짐을 하며 악녀 십계명을 글로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악녀가 될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1.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마라 - 도로시 파커
그래서 이젠 도로시 파커를 닮아 독설을 날리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성격 더러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고 내 안에서 썩어 들어가는 상처와 모멸감을 참을 필요는 없다.
물론 독설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도로시 파커처럼 풍자와 유머를 적당히 섞어 농담처럼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살살 웃으면서 말이다. 웃는 사람에겐 침 못 뱉는다니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독설을 할지 미리 준비하기 위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는가?
--- 책 본문 33p
2. 뒤늦은 시작이란 없다 -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을 모르는 냉정한 여자”라고 평가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살로메가 교제한 사람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또한 살로메는 당시 여성을 받아주는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였던 취리히대학에 다니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살로메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지식’과 ‘배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 책 본문 50p ~51p
내가 살로메의 삶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그 화려한 인간관계나 탁월한 지적 능력이 아니다. 쉰 살에 프로이트 밑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바로 그 점이 날 매혹시켰다. 당시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살로메는 용감하게도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 것이다.
--- 책 본문 51p
3. 망설이지 마라 -오노 요코
어쨌든 난 오노 요코의 그 망설임 없는 결단력이 부럽다. 현재 남편과 이혼하기도 전에 다음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조금의 망설임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 결단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 책 본문 70p
4.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버려라 - 조르주 상드
내가 아닌 누군가의 최선을 닮으려고 애쓰는 것은 나를 고문하고 학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그저 여기서 나의 최선만 다하면 된다. 그래도 상드의 한 가지 점만은 닮으려 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버릴 것이다. 어쨌든 그 순간 나는 내 선택에 최선의 노력을 했으니까.
--- 책 본문 84p
5.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마라 - 측천무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동화 속 세상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는 것을. 계모의 구박에 시달려도 나를 도와주는 요정 할머니 따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마녀에 의해 탑에 갇힌 나를 구하러 오는 왕자 따위는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 책 본문 102p
6. 융통성을 가져라 - 메리 1세
인생은 법칙대로 계산하면 정답이 나오는 수학이 아니라는 것을, 예외적인 변수와 조건이 무궁무진하고 정답은 여러 개일 수 있다는 것을 난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규정 속도를 지키는 나 때문에 오히려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고, 약속시간을 지킨 친구가 너무 일찍 나온 내게 괜스레 미안함을 느껴야 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이들이 하는 대로 세상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규칙보다 더 나은 법이며, 그것을 변칙과 편법이 아니라 융통성이라 부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 책 본문 120p
7.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당신을 부러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무가치한 비교로 타인의 것을 시샘할 필요는 없다. 한 번에 삶의 태도나 방식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일단 문제를 알았으니 해결하려고 시도는 해봐야겠다. 아니, 노력해 봐야겠다.
--- 책 본문 146p
8. 증오를 감추어라 - 카트린 드 메디시스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면 그들의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주어야 한다. 가혹 행위는 한 번에 그리고 은혜는 조금씩 자주 베풀어라.' 카트린은 마키아벨리의 통치기술을 철저히 지켰다. 경쟁자에게도 사소한 일로 칭찬을 자주 했으며, 적에게도 상냥하게 웃을 줄 알았다. 또한 앙리 2세가 죽은 뒤에도 자신이 정적을 철저히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복수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증오를 감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 책 본문 163p~164p
9. 복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준비하라 - 예카테리나 2세
그렇다고 예카테리나처럼 무력을 사용하는 복수는 법의 테두리에 걸린다.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복수가 될까 생각했는데, 역시 잘 사는 게 복수다. 그 말이 맞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고 했다. 우리에게 심술을 부리는 사람은 인성이 올바르지 못할 테니 남 잘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 보란 듯이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예카테리나처럼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 책 본문 189p
10. 가치 있는 죽음을 준비하라 - 클레오파트라 7세
평범한 인생이었지만 죽음만큼은 우아하고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 의지가 아니라 신의 의지에 따른 죽음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 책 본문 214p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를 읽고 느낀 점과 리뷰
읽어보고 이해되지 않은 인물도 있었지만, 예전 시대를 생각해 보면 여성들이 그렇게 이름을 날릴 수 있다는 게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책 속의 인물처럼 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타인을 위해 자신을 삶을 희생하지 마라> 측천무후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 당연하게 여기는 게 맞다는 말을 완전히 뒤집어버립니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들마저 죽이고 황후의 자리에 오릅니다. 자식을 위해서든, 부모를 위해서든, 그 누구를 위해서든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고 희생하지 마라. 측천무후가 알려준 악녀의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옳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보다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란 인물이 인상이 깊었는데, 그녀는 누구나 다 아는 프리드리히 니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그 시대에 유명했던 철학자나 시인, 의사 등 모든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들의 열렬한 구애에도 절대 받아주지 않습니다.
니체는 정신착란으로 기억을 잃은 채 죽어가면서도 "지금도 그녀를 사랑한다"라고 메모를 남겼다고 합니다. 릴케 또한 혼수상태에서도 "나의 그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녀에게 물어봐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녀를 그리워하다 죽습니다. 또한 릴케는 그녀가 14살이나 많은 연상의 나이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프로이트는 그녀를 '정신분석의 시인'이라고 부르며 "나는 그토록 빨리, 그토록 훌륭하게, 그토록 완벽하게 나를 파악한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니체는 그녀를 가리켜 악마 같다고 했는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그녀는 지식과 배움을 택합니다. 후에 프리드리히 카를 안드레아스란 동양사학자, 언어학자와 결혼하지만 서로 억압하지 않은 채 자유로운 결혼생활을 이어갑니다. 저렇게 유명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가 아무래도 그들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독립적인 여성이어서 더 끌렸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남들 앞에서 부당한 일에 대해 큰 목소리조차 내지도 못하거나, 융통성 있게 행동하지 못한 자신,, 과거에 얽매이고 후회하고 있는 나,,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을지라도 나의 모습을 인정하며, 특별하지 않은 삶이지만 평범하게 사는 나라는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책에 소개된 악녀들도 그녀들의 방식대로 그 시대를 살아왔던 겁니다. 그게 악녀라는 소리를 들었을지라도 말입니다. "나답게" 그렇게 남들 의식하지 않고 살아온 방식입니다.
신기하게 책 속에 악녀 대부분이 클레오파트라 빼고는 (클레오파트라는 독사에 물려 본인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말이 유력합니다.) 다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 대비해서 오래 사는 편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 부분도 놀라웠습니다. 참지 않고 "나답게" 살아서 그랬던 건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그 시대의 여성에 대한 내용이 삽화와 같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존했던 역사적인 인물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이므로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삶들과 고난과 역경을 그녀들만의 방식으로 극복해 낸 이야기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여성분들에게 더 재미있고 공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름 역사적 이야기도 흥미가 있으니 다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상으로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책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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